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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본) 옛날 옛날 영국에서 하얀 인종들이 몰려오기 전에 지금의 캠시가 있는 곳에 여우가 살고 있었다. 어느 화창한 여름 한낮 여우는 오랫만에 등산을 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심심한데 산에 올라가서 천하를 한번 내려다 보아야지.”

여우는 콧노래를 부르며 산행을 나섰는데 정상에 다다르니 울타리가 쳐 있었다. “울타리 너머 무엇이 있는지 살펴 보아야겠다.” 여우는 울타리의 허술한 곳을 보고 힘껏 몸을 날려 울타리를 통과했다. 그러나 “아뿔사!” 울타리 너머는 깎아지른 낭떠러지였다.

“아이쿠, 이거 웬일인가?” 여우는 엉겁결에 옆에 있는 가시덩쿨을 네발로 움켜 쥐었다.
몸이 가시덩쿨에 걸리면서 멈추었다. “아이구, 다행이다. 마침 거기에 가시덩쿨이 있어서 살았네.” 그런데 가시넝쿨에서 벗어난 후 보니 여기저기 가시에 긁혀 몹씨 아팠다.

여우는 화가 나서 외쳤다. “이보게, 도와줄려면 잘 좀 도와주지, 이게 뭔가? 온몸에 상처 투성이가 아닌가?” 그러자 가시덩쿨이 말했다. “자네 제 정신이 아니군. 나를 잡은 것은 자네가 아닌가? 그리고 나 때문에 자네가 살지 않았나?”

<물에 빠진 사람 건져주면 보따리 내놓으라고 한다든가? 아쉬울 때는 그것만으로도 고마운데 지나놓고 보니 그것 정도로는 섭섭하게 생각되는 것이 인간이다. 은혜를 베풀면서도 조심할 일이다.>

(속편) 여우는 화가 나서 마을에 내려와 만나는 동물마다 상처를 보여주며 가시덩쿨 욕을 했다. “떨어질 뻔해서 엉겹결에 붙잡았는데, 아무리 그렇더라도 이렇게 까지 나를 해칠 수가 있는가?” “가시덩쿨 그 놈은 아주 인정머리가 없는 놈이라네.”

이 말을 듣는 동물들은 말했다. “자네가 가시덩쿨을 붙잡았대며?” “가시덩쿨 덕에 살아 났잖아?” 여우는 아무도 자기 편을 들어주지 않자 말을 바꾸기 시작했다. “산에서 아래를 보고 있는데, 가시덩쿨이 갑자기 굴러와서 밀어 부쳤다고, 하마터면 떨어질 뻔 했다네.”

처음에 동물들은 믿지 않았다. “자네가 떨어질 뻔 하다가 가시덩쿨을 잡고 살았다고 하지 않았나?” “그랬지, 가시덩쿨이 나를 밀어부쳐서 떨어질 뻔 한거지. 그래서 나도 할 수 없이 가시덩쿨을 잡았던거야. 상처를 보게, 내가 먼저 잡았으면 이렇겠나?”

가시덩쿨은 움직이지 못하기 때문에 마을에 내려올 수 없었다. 동물들은 여우의 얘기만을 들었다. 이렇게 5년이 지나자 이제 동물들도 모두 여우의 말을 믿게 되었다. “가시덩쿨은 아주 나쁜 놈이라네. 절대로 울타리를 넘어가지 말게, 거기엔 가시덩쿨이 있어”

<엉뚱한 오해를 받고 역사적으로 살아져 간 인물들이 수 없이 많다. 특히 정치적 희생양들인 경우 영원히 역적으로 남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가시덩쿨이 움직인다는 상식 이하의 얘기도 믿게 된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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