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주에서 가장 큰 스키장에서 리프트(Lift)를 이용하려면 유럽 최고의 시설을 자랑하는 스키장들보다 거의 두 배 가까이 비싼 비용이 드는 것으로 조사되어, 호주가 스키를 즐기기에 세계에서 가장 돈이 드는 국가로 손꼽히고 있다. 이번 겨울에 멀리 떠나지 않고 스키나 스노우보드를 즐기고 싶은 NSW주와 빅토리아(Victoria)주의 지역 주민들은 스키장의 슬로프(Slope)를 활강하기 위해 일인당 각각 105달러와 99달러의 거금을 들여야 한다.
그러나 연말을 즈음하여 유럽의 알프스로 여행을 계획한 이들에게는 이 같은 소식이 반갑게 느껴진다. 시설이 뛰어나 그 이름이 알려진 이탈리아의 스키 리조트 코르티나 디암페쪼(Cortina d’Ampezzo)와 마돈나 디캠피글리오(Madonna diCampiglio)에서는 어른 일인당 60달러로 종일 스키를 즐길 수 있다. 이전에 동계 올림픽을 치렀을 정도로 세계적 수준의 슬로프를 자랑하는 프랑스의 채모닉스(Chamonix)에서는 단돈 56달러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스키를 탈 수 있어 더욱 저렴하다.
완벽히 관리되어 티 하나 없는 순백의 슬로프에서 세계 경제를 주도하는 유명인들과 함께 스키를 즐기고 싶다면 스위스의 다보스(Davos)를 방문해 하루 69달러만으로 재미를 만끽할 수 있고, 인기 급상승 중인 생모리츠(St Moritz)의 리조트까지 같이 이용하는 데는 하루 71달러면 충분하다.
유럽의 스키장들이 선사하는 기대 밖의 저렴한 비용은 호주로 관광 오는 외국인들보다 호주에서 해외로 떠나는 국내 인구의 숫자를 늘리는데 한 몫 했다. 지난 수요일, 호주 달러로 1달러 당 0.71유로 또는 58펜스의 높은 환율을 기록해 수 년째 유지된 달러 강세가 멈출 기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경제학자들은 유로에 대항한 호주달러의 강세가 국내의 높은 스키 리조트 이용가격에 분명한 영향을 끼쳤으며, 또한 남반구에서는 스키 산업 경쟁이 상대적으로 약해 이를 제어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커먼웰스은행(Commonwealth Bank) 산하 증권사 컴섹(CommSec)의 경제분석가 사반스 세바스찬(Savanth Sebastian)씨는 지난 34년간의 기록과 비교해 근래 들어 국내에서 해외로 가는 관광객 숫자와 국내를 방문한 외국 관광객 숫자의 격차가 더욱 벌어진 점을 강조하며, 상대적으로 강세를 보이는 호주 경제가 휴가 때 내국민들의 외국행을 부추기는 원인으로 꼽았다.
또한 물가가 올라 국내 상품을 구입하는데 드는 비용이 오르고 있는 시점에서, 내국민들의 국내 여행 선호도 떨어지고 있으나, 상당수의 외국인 관광객들이 여행의 목적지로 호주를 탐탁지 않게 여기는 점을 지나쳐서는 안될 것이며, 유럽과 북미 지역의 스키 리조트들이 활발한 경쟁을 통해 관광객을 유치하고 있음에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무슨 일이 있어도 남반구를 떠나지 않고 겨울을 즐기겠다고 작정했다면, 태즈마니아(Tasmania)해를 건너 이웃 나라 뉴질랜드(New Zealand)에서 훨씬 저렴한 가격에 스키를 즐길 수 있다. 그러나 항공권 및 숙박 비용 등 여행 경비까지 고려해보면 국내 스키 리조트를 이용하는 것이 좀 더 매력적으로 느껴질 여지는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의 시설과 관리를 자랑하는 북미의 발리(Vali)나 휘스러(Whistler)의 스키 리조트들은 호주의 국내 스키 리조트 이용가와 같은 비용에 질 좋은 눈 위에서 인파 없이 스키를 즐길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이를 즐기기 위해서는 먼저 장기 여행을 감행할 마음의 준비부터 해야 할 것이다. 오주희 기자(jho@hoju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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