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벽 2시, 아직도 잠들지 않은 이 도시의 한켠에는 이른 아침을 준비하며 졸린 눈을 비비며 일어나는 사람들이 있다. 그 틈에는 새벽 비행기로 먼 법정에 가야 하는 변호사도 있었고….
오후 2시, 이민자라고는 눈을 씻고 찾아봐도 없는 조그마한 소도시의 아담한 법정. 단아한 여성 판사님은 안경 너머로 먼길 달려온 동양인 변호사를 인자하게 맞아주셨다. 오늘 아침 경찰의 새로운 증거가 제출 되었는데 받아보았냐는 것이다. 50 장이 넘는 사진은 피해자의 상처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었다. 커다란 돌덩이를 가슴에 올려놓은 느낌이었다. 신문 기자 2명이 맨 뒷편에 앉아있었으며, 남자 기자들은 출입이 통제가 되었다.
2시간이 지난후 피의자는 울고 있었고, 참석한 가족들도 울었다. 온몸의 힘이 빠지고 목이 따가워 온다. 새벽에 비를 맞고 다녔는데 긴장이 풀리니 감기부터 오려고 했다. 판사님은 석방을 명령했다.
밖으로 나오면서 회사 관계자분의 한마디에 웃음이 터지고 말았다.
“변호사님, 영화에서 보던 것과 똑 같은데요..”
같은 민족이라는 것이 뿌듯했고 자랑스러웠다고 했다. 사실은 주위의 많은 사람들이 호주인 변호사를 고용할 것을 종용했다고 한다. 사실 이 회사의 고문 변호사가 몇명 있었다. 하지만 형사사건을 맡아보지 않았기에 다른 주변의 변호사를 추천했으며 회사 대표는 많이 흔렸다고 실토했다. 최선의 선택이 무엇인지 수없이 고민을 했다고 한다.하지만 마지막까지 믿고 따라와 주었으며, 원하는 결과를 얻어서 이보다 좋을 수는 없다고 했다.
물밀듯이 밀려오는 이 행복감…무엇으로 표현할 수 있을까? 후배들의 축하 메세지가 날아오고 지인들의 축하로 정신이 없었다. 갑자기 허기가 느껴지며 지금까지 아무것도 먹지 않았다는 것을 그때에서야 알았다. 이렇게 철저하게 집중을 할 수 있다는 것이 신기하다. 회사 관계자분들이 마련한 숙소에는 단 한번만 사용할 물건들을 모두 새 것으로 구입하는 정성을 보여주었다. 자신들의 동료를 구한데 대한 감사함의 표시이리라.
모든 것을 뒤로 하고 시드니로 돌아왔다.
사실은 오늘이 이 칼럼의 마지막임을 시작할 때 부터 알리고 그동안 아껴준 분들에게 감사하다는 식의 인사로 시작해야 함에도 구구절절한 인사를 하고 싶지는 않다. 짧지 않은 시간이었고, 부족함이 드러나는 것을 알면서도 애쓰 감추려 하지 않았다.
아니 글을 쓴다는것은 자신의 내면을 드러내는 일이기에 감춘다고 감출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아무리 미사여구를 갖다 붙이고 현학적인 체를 해도 자신의 심상(心象)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것을 어찌할 방도가 없다. 그래서 있는 그대로 보이려고 하지 않아도 있는 그대로 전달이 된다. 무엇으로 이 부족함을 가리겠는가 말이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이 더 쉬울 것이다.
시간이 흐른 뒤, 또 다시 찾아뵙는 날이 있을 것이고 그러한 때에는 좀더 편안하고 아늑한 느낌으로 다가갈 수 있기를 빈다. 아직 채 숙성되지 않은 많은 기운들이 마음과 몸을 들떠게 하고 그 기운으로 젊음이라는 것을 느끼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인생사에는 시작과 끝이 있고 그러한 질서에 순응하는 것이 아름다울 것이다.
아직 채 갚지 못한 마음의 빚을 고스란히 남기고 가지만 언젠가는 그 빚들을 다 갚는 날이 있을 것이다. 햇살은 여전히 따스하고 하늘은 여전히 푸르른 그런 날에 그 밝은 웃음을 짓는 날이 올것이다.
가질 수 없는 것들을 가지려 하는 삶이 아니기를 바랄 뿐이며,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모두에게….
El Khan Legal
Tel: 9264 34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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