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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러디/우화/시든이 우화'1

  1. 2009/02/25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네
 

시든이 우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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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든이우화 - 호미로 막을 걸 가래로도 못 막네
2009/02/25 오후 12:03 | 시든이 우화

제비가 자주 가는 강남에 호주라는 나라가 있는데 그 나라에는 노인들이 사는 시든이라는 마을과 젊은 캠핑족들이 사는 캠프시라는 마을이 있다. 요즘 그 나라에는 젊은이나 시든이나 모두 열광하는 연극이 상영되고 있는데 연극의 제목은 “호미로 막을걸 가래로도 못 막네”라고 한다.

오전에는 시든이의 총영사관이라는 개봉관에서 공연하고 오후에는 캠프시의 한인회관이라는 삼류극장에서 공연하는데 “라이온 킹” 이래 이처럼 열광적인 연극은 없었다고 한다. 이 연극에 이렇게 열광하는 이유를 평론가들은 “이 연극을 관람하면 짜증이 나고 스트레스로 혈압이 올라가고 심하면 분노로 눈이 안 보인다. 이열치열처럼 스트레스로 스트레스를 풀 수 있어서”라고 설명한다.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1막 1장 : 주인공인 수곰이 어느 동물 마을에 나타나면서부터 스토리가 시작된다. 곰은 감투를 썼는데 금
감투라며 매우 거들먹거린다. 그 마을 동물들은 쇠 감투라고 비웃는다. 그러다 금 감투라고 곰을 편드는 동물들과 쇠 감투라고 비웃는 동물들 사이에 패 싸움이 벌어진다.

1막 2장 : 패 싸움이 심해지자 동물 27이 모여 곰을 몰아내자고 결의한다. 곰이 놀라 호미를 들고 27 동물 중 두셋과 흥정을 하고 있는데 하필 그 때 곰에게 충성하는 사슴과 승냥이가 27 동물들을 향해 물 대포를 쏘아 댄다. “호미로 막을 것을 물 대포 때문에”라는 자막이 뜨면서 막이 내려간다.

2막 1장 : 27 동물 중 침팬지가 나서서 이럴 것이 아니라 공청회를 하자고 소리를 지른다. 그런데 바로 그 때 27 동물 중 넷이 아무도 모르게 곰을 추종하는 동물 넷과 만나 속닥거린다. “화합과 발전을 위해 서라고 하자.” “그래 사소한 오해였다고 하자.” 동물들은 각서를 만들어 서명한다.

2막 2장 : 동물 몇이 자칭원로단(약칭 자원단)이라며 기자회견을 한다. “관계 동물들이 모두 모여서 오해를 풀었다”고 발표한다. 어떤 기자는 감동하고 어떤 기자는 "자원단이 뭐냐?”고 묻고 어떤 기자는 “넷인데 어떻게 모두야?”하고 비웃는다. “이제 가래로도 못막네”라는 자막이 뜨면서 막이 내려간다.

그런데 이 2막 2장 공연 때는 꼭 관객들이 모두 손가락 하나를 펴서 하늘을 찌른다고 한다. 누구는 자원단을 하늘처럼 존경하는 뜻이라고 하고 누구는 또 다른 해석을 한다. 그 때 모두들 “와~우”하고 소리를 지르는데, 누구는 환호성이라고 하고 또 누구는 야유라고 한다.

3막 1장 : 동물 23이 모여 있다. 일부는 대단히 분노하고 일부는 극히 노하고 일부는 매우 화를 내고 있다. 어떤 동물은 “결의문 원본이랑 서명한 27의 명단을 공개하고 우리 행위가 잘한 짓인지 아닌지 동물들의 심판을 받자”고 하고, 일부는 서명한 배신자 넷이 누구냐고 묻고 시끌버끌하다.

3막 2장 : 학자들이 모여서 27-4=0 이라는 공식을 놓고 토론 중이다. “서명한 넷과 나머지 23은 무게가 다르다. 23을 다 합해도 넷보다 가볍다. 그러니까 헤비급 네개가 쪼무라기급 23개를 누른다.” 다른 학자가 말한다. “아니다. 무게가 다른 것이 아니고 종류가 다르다. 넷은 쌀이고 23은 보리 쭉정이다. 그러니 쌀 4말이 보리 쭉정이 23말보다 더 귀중하다.” 토론이 계속되면서 막이 내려간다.

4막 1장 : 동물들이 신문을 보고 있다. 어떤 신문은 자원단 동물들의 말을 믿고 “모두 오해를 풀고 잘 화합되었다”고 썼고, 어떤 신문은 “일부 당사자는 화해한 적 없다는데?”라고 썼고, 또 어떤 신문은 기사 가치도 없다며 사설로 “밀실에서 몇 명이 합의한다고 해결되냐?”라고 썼다.

4막 2장 : 신문을 보면서 자원단에 대해 갑론을박이 벌어진다. “서커스단일거야. 웃기게 생겼잖아.” 그러자 누가 “개그 공연단 아닐까? 하는 짓이 웃기잖아.” 그러자 또 누가 “소년단일거야.” 그러자 또 누가 “소년단치고는 좀 시들었잖아? 시든단이겠지.”한다. 그러나 아무도 그게 뭔지 아는 동물이 없다.

5막 1장 : 태평양 한 구석의 명박도라는 조그마한 섬에서 왕 노릇하는 동물이 시든이에 놀러 온다. 소식을 들은 동물들이 수근거린다. “그 섬에서 별로 인기가 없데.” “여기서도 별로야.” “수곰하고 친하다며?” “그래서 더 미워.” “그래도 왕은 왕이니까.” “그래 밉더라도 환영하자.”

5막 2장 : 동물간담회를 한다고 초청받은 동물들이 모여든다. 수곰을 몰아내려는 동물들과 수곰 편을 드는 동물들이 한창 싸우는 중이라 분위기가 썰렁하다. “유지 측에 끼려면 참석은 해야겠고….” “참석하자니 눈치가 보이고….” “날을 잘못 잡았어.” “그러게, 하필 이 때 오지?”

6막 1장 : 간담회장 입구에 동물 몇이 이상한 통이랑 집게 같은 것을 들고 서성인다. 하나가 말한다. “쓸개 좀 주울 수 있을까?” 다른 동물이 답한다. “그럼, 요즘 같은 때에 쓸개 빠진 놈 아니면 여기 오겠냐?” 그러자 또 다른 동물이 말한다. “이미 오래 전에 빠져버린 놈들이면 여기에 빠질 것 있겠어?”

6막 2장 : 병원에서 쓸개를 이식 받던 동물이 소리친다. “아니 거기서 주운 쓸개란 말야!?” 가족들이 달랜다. 동물은 완강하다. “죽어도 그 따위 쓸개 빠진 놈들 쓸개는 안 받아!” 서서히 내려가는 막 사이로 사라지는 곰의 뒷모습이 보인다. 머리에 감투가 안 보인다. 쓸쓸해 보인다. 슬픈 음악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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